최후의 붉은 꽃 12

최후의 붉은 꽃 - 에필로그

대한민국은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루며, 과거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갔다.전두환은 고립된 채 은둔했고, 그의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과도정부의 실권자였던 김재석은 은퇴 후 조용히 사라졌고, 임창우 박사는 해외로 떠났다.윤세빈 박사는 핵 관련 연구에서 손을 떼고, 환경과 평화를 연구하는 교수로 전직했다. 그녀는 가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은 강력할수록, 그걸 지키는 사람의 윤리가 중요하다. 붉은 꽃은 아직 피어나지 않았지만… 그 씨앗은 여전히 우리 어딘가에 있단다.” 설악산 폐사찰의 낡은 벽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이 조심스럽게 그 안에서 묻힌 케이스를 꺼낸다.붉은 꽃, 그 씨앗이 다시 빛을 받는 순간이었다.

최후의 붉은 꽃 - 최종

서울 성북동, 한 폐가의 지하실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래된 폐가의 지하, 습기 찬 공간 속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무전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는 이병수 중령, 한때 전두환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내부 고발자가 되어, CIA와 비밀 접촉을 이어가고 있었다.“그들은 아직 핵 기술을 숨기고 있다. 공식 폐기는 쇼일 뿐입니다. 자료 일부는 충청북도 지하 시설에 남아 있습니다. 이름은 ‘프로젝트 해모수’.” 미국 측 요원은 무전기 너머로 답했다.“확인했다. 당신의 협력은 미국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증거 확보 후, 당신과 가족의 망명 절차를 진행하겠다.” 이병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자신의 조국을 배신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지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

최후의 붉은 꽃 - 10부

서울 모처 임시정부청사전두환의 갑작스러운 실각 소식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로 전두환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정보망을 통해 내막을 파악한 세계 각국은 이 사건이 단순한 퇴진이 아님을 직감했다.정권은 임시로 국방부 주도의 과도체제 아래 놓였다. 실세로 떠오른 인물은 작전의 주도자였던 김재석 대령. 그는 공식적인 권력은 쥐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군 내부 권력은 그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그는 기자회견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는 이 나라가 다시는 어둠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핵 개발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으며,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습니다.”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물밑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

최후의 붉은 꽃 - 9부

용산 국방부 지하 벙커비밀 회의 이후, 반전두환 세력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권의 심장부, 용산 국방부의 지하 벙커에서는 소수의 인사들만 알 수 있는 경로를 통해 군 작전 계획이 오가는 중이었다. 벽에 걸린 작전지도 옆에 모여 있던 이들은 목소리를 낮춘 채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이번 주말에, 전두환이 비공식적으로 비밀 회동을 갖는다고 합니다. 장소는 청운동 관저 지하실입니다. 그 자리가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정보 참모 출신인 한 준장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청와대는 아직 모릅니다. 비밀유지가 중요합니다. 우리 안에서도 누가 믿을 수 있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한 명이라도 새면 끝장입니다.”그는 김재석 대령을 바라보며 말했..

최후의 붉은 꽃 - 8부

전두환의 핵 개발 결단은 그의 군사 정권의 내부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날, 군사 정권 내의 몇몇 고위 인사들이 전두환에게 배신을 결심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두환이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전두환의 의도대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에 반대했다. 일부 고위 군 관계자들은 이미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던 외부 세력들도 전두환의 결단이 가져올 수 있는 국제적인 파장을 미리 알고 있었다. “각하,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국제 사회와의 협력 없이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습니다.” 한 군 관계자가 나서서 말했다. 전두환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내 ..

최후의 붉은 꽃 - 7부

전두환의 결단이 내려진 후, 그는 서울의 청와대에서 중요한 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회의는 그에게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미 외부의 압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했지만,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따르던 고위 인사들도 그의 결단을 점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에서 불안감이 서서히 드러났다. “각하, 계속해서 핵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 결정입니까?” 한 참모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전두환은 잠시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안에 담긴 분노는 명백했다.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한다. 만약 우리가 물러선다면,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최후의 붉은 꽃 - 6부

그러나 그날 밤, 전두환의 신뢰를 얻지 못한 자들 중 일부는 이미 그를 배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외부와의 연결을 시도하며, 비밀리에 군 내에서 전두환의 권력에 도전할 세력들과 손을 잡았다. 그들의 목표는 전두환을 넘어서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 끝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전두환의 권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두환은 그 배신자들의 움직임을 즉각 감지했다. 그의 정보망은 그 어떤 사소한 의심도 놓치지 않았고, 그는 그들의 비밀 회동을 추적하며 신속하게 대처할 방법을 모색했다. 전두환은 비밀리에 몇몇 고위군 관계자들을 호출했다.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외부의 세력이 아니라, 내부에서 나를 배신하려는 자들이다..

최후의 붉은 꽃 - 5부

국제 사회는 전두환의 정권에 대해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비밀리에 전두환에게 더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었고,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서 제기했다. 하지만 전두환은 그 모든 압박을 일시적 상황으로 치부하며 무시할뿐, 군사적 결단을 내리기에 더 집중했다.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두환은 군의 고위 참모들에게 말했다. "핵 폐기 협정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어떤 세력이든, 우리에게 방해를 하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한 명의 참모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각하, 그 방법이 항상 효과적인 건 아닙니다. 이제 국제적인 여론이 점점 더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최후의 붉은 꽃 - 4부

1980년 3월 그해 봄김윤식 대령은 수도방위 사령부 지하벙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김윤식 대령의 죽음은 전두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반란자가 아닌, 전두환의 군사 정권 내에서 충성과 배신이 얽힌 복잡한 심리적 전환점을 의미했다. 전두환은 김윤식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믿고 따랐어야 했다. 그런데 왜…?" 전두환은 자꾸만 김윤식의 얼굴을 떠올리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끝날 수는 없어!"전두환은 분노와 혼란 속에서 참모들에게 소리쳤다. "김윤식 대령은 충성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은 뭘 의미하지? 이젠 누구를 믿을수 있는거야?"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군사 정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지 알면서,..

최후의 붉은 꽃 - 3부

1979년 11월 - 보안사령부 내부 서울의 어두운 밤, 보안사령부의 한 회의실 안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윤식 대령은 지금, 전두환의 핵 폐기 결정을 반대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동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박정희의 핵 개발 의지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전두환의 정책은 그 신념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우리가 이걸 내버려 두면, 전두환은 결국 핵 폐기를 추진할 것이다." 김윤식은 자신이 신뢰하는 장교들 몇 명을 비밀리에 불러냈다. 그들은 모두 박정희 정권 하에서 핵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낮았고, 표정은 침울했다. 방 안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김 대령,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그 자료들은 우리가 없애지 않으면 전두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