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루며, 과거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갔다.전두환은 고립된 채 은둔했고, 그의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과도정부의 실권자였던 김재석은 은퇴 후 조용히 사라졌고, 임창우 박사는 해외로 떠났다.윤세빈 박사는 핵 관련 연구에서 손을 떼고, 환경과 평화를 연구하는 교수로 전직했다. 그녀는 가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은 강력할수록, 그걸 지키는 사람의 윤리가 중요하다. 붉은 꽃은 아직 피어나지 않았지만… 그 씨앗은 여전히 우리 어딘가에 있단다.” 설악산 폐사찰의 낡은 벽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이 조심스럽게 그 안에서 묻힌 케이스를 꺼낸다.붉은 꽃, 그 씨앗이 다시 빛을 받는 순간이었다.